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무엇이든지 처음 시작할때가 가장 재미있다. 막상 블로그를 만드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지 모르겠다.

근황이라던지. 오늘 있었던 일 이라던지. 인생에서 겪었던 큰 일 이라던지. 뭐가되었든 글을 쓰고싶긴한데 머리속에 떠오르는 주제들이 너무 여럿이라 결정하기 쉽지 않다. 마치 마트에서 식재료를 많이 사와서 냉장고를 꽉꽉 채웠을때, 그래서 뭐를 먼저 해먹어야 할지 고민할때 처럼.

냉장고 이야기가 나온김에 요리 이야기를 해야겠다. 원래도 요리를 못하거나 안좋아하진 않았지만 작년 봄을 기점으로 요리를 더 많이하게 되었다.

작년 2-3월쯤엔 조금 우울했다. 사실 더 깊은 슬픔을 겪어봤기에 왜 우울하지 하고 물으면 딱히 그렇다할 이유를 찾을수가 없어 더 혼란스러운 날들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아 씨발 이렇게 가다간 또 헤어나올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질꺼야!!” 라는 마음속의 외침과 함께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주 작은 규칙들을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식사는 꼭 식탁에서 하기.” 보통의 사람들에겐 당연한것인데 규칙이라니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내겐 아주 효과가 좋았다. 내 우울의 척도는 끼니를 대충, 그리고 몸에 안 좋은것들로 채우는 행위로 알수 있었는데 그 모든건 식탁이 아닌곳에서 이루어졌다. (매 끼를 소파에 앉아서 먹었던것 같다.)

식탁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퇴근길에 마트에서 재료를 사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요리를 해서 예쁘게 담은뒤 식탁에 앉아 먹었다. 식사를 마친뒤엔 식탁과 주방을 정리하고 그 다음에서야 소파에 앉았다. 버릴 시간이 없어지니 딴 생각이 줄어들었다. 퇴근 후에도 하도 복작복작대니 피곤해져서 제때 자기까지 했다.

일년쯤 지난 지금 여전히 계속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 재료를 사와 요리해 맛있게 먹는 별거 아닌 행위에서 안정을 찾았다. 물론 비슷한 음식을 며칠 내내 먹기도 하고 인스턴트나 간단한 음식으로 대충 때우는 날도 있다. 가끔은 예전처럼 소파에서 먹는 날도 당연히 있다. 그래도 예전의 날들이 정말 오래된 이야기 같아 기분이 좋다.

이렇게 평범하게 별 일 없이 잘먹고 잘산다. 이런 날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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