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ishnoise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 밴쿠버의 겨울은 항상 흐리고 비가 오는데 오늘처럼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겨울나기를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난 싫지 않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사실은 좋다. 여름이였다면 기분좋게 맞을수도 있을만큼 좋다. (물론 겨울에 오는 비는 추워서 기분좋게 맞을수 없지만.)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시 빗소리때문이다.

White noise – 백색소음을 좋아한다. 백색소음의 뜻을 찾아보면 “random signal having equal intensity at different frequencies, giving it a constant power spectral density” 라는데 사실 빗소리가 백색소음 정의에 부합하는지는 모르겠다.

인스타그램부터 이 블로그까지 나를 따라온 whitishnoise 라는 핸들은 대학원에 다닐때 만든건데 그때 특히 더 백색소음을 좋아했다. 대학원 입학 후 운이좋게도 높은층의 오피스를 배정받고 더 운이 좋게 창가자리를 얻었다. 처음 두 학기에는 3인실인 오피스를 거의 혼자쓰듯 해서 창문을 내 마음대로 열고 닫았다. 셋째 학기에는 토론토에서 온 친구가 연구실겸 오피스메이트가 되었다.

그 친구는 나의 (그리고 자리만 차지하고 학교에 오지 않는 선배의) 창가 자리를 늘 부러워 했는데 그 이유엔 물론 멋진 뷰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창문을 마음대로 열고 닫는 창가의 특권을 부러워 했던것 같다. 그는 내가 창문을 여는 행위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여름날 창문을 열면 들리는 mechanical equipment의 소음을 싫어했다. 아주 희미하게 일정하게 들리는 소리라 나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그 소음을 정말 싫어했다. 그때 그가 일깨워줬다. “아 나는 백색소음을 좋아하는구나”

일정하고 높지않은 핏치의 반복되는 소리가 좋다. 비행기를 탔을때 웅웅 하는 소리도 좋고,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도 좋고, 냉장고 컴프레서 소리도 좋고, 파도소리도 좋고, 빗소리도 좋다. 비가와서 젖은 아스팔트에 타이어가 마찰되어 나는소리도 좋다. 이 백색소음같은 소음들이 좋다. 시끄러운 세상 아무것도 안하고 소리에 집중할수 있는 그 시간을, 그 여유를 좋아하는걸수도 있겠다.

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같은공간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자의 모니터를 응시하며 신세한탄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고 정말 쓸때 없는걸로 토론 (말다툼) 하던 그 시절과 그 친구가 그립다. 가끔 대학원에 간걸 후회 하냐는 질문을 받는데 아닌것 같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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