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쁨

요즘 나의 작은 기쁨은 카푸치노 마시기다. 내겐 카푸치노는 사실 우유맛으로 마시는 커피인데 회사 앞 커피샵의 카푸치노는 고소하고 예쁘다. 바쁜 시간대에도 아주 정성스럽게 만들어준다. 점심을 모니터 앞에서 5분만에 해치우고 달려나와 음악을 들으며 카푸치노를 마신다. 10-15분만에 커피를 해치우고 사무실로 돌아간다. 카푸치노 한잔에 오전에 쌓인 피로함이 없어지고 오후를 버틸 힘이 생긴다.

오늘 할 이야긴 커피 이야기. 커피를 좋아하게 된건 대학교 4학년 즈음인데, 그때는 커피 맛을 좋아했다기 보단 커피샵에 가는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대학 졸업하자마자는 작은 캡슐 커피머신을 샀는데 외계인같이 생긴게 귀여웠다. 오빠에겐 졸업선물로 핸드 그라인더, 저울, 케맥스를 뜯어냈다. 첫 회사에 다닐때는 점심시간에 친구가 운전하는 car2go를 타고 커피 팝업에 갔다. 그때 마신 카푸치노 (나중에 알고보니 바리스타 챔피언이 내려주던) 맛을 십년도 더 지난 지금 잊지 못한다. 정말 행복했는데!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더니 3-4불 남짓하던 카푸치노를 주말에 간 다른 커피샵에선 팁까지 7불주고 마셨다. 조금 놀랐지만 10년도 넘게 지났는데 안 오른게 어딨나 싶기도 하고 이제 그정도 가격의 기쁨은 살만하다 했다.

하여튼. 그렇다고 커피 connoisseur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매일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마시지만, 주말엔 안마시기도 하고 모든 테이스팅 노트를 세세하게 느껴가며 마시지도 않는다. (못 느낌.) 그냥 보통의 로스터리에서 볶은 보통의 커피를 마시고 재떨이 맛이나는 커피를 싫어하는 정도. 어쩌다 산 특이한 맛의 커피가 입맛에 적중했을땐 쾌감을 느끼지만 그 다음에는 다시 보통의 커피로 돌아온다. 

그래도 얼마전엔 평소 사는 원두보다 훨씬 비싼 원두를 생일 기념이라며 정기구독 신청했다. 또 한번 아 내가 이정도는 기쁨은 살수 있지! 라며.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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