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회사 앞 커피샵에 자주 가서 그런가, 매번 보는 바리스타는 이제 손인사와 함께 묻지도 않고 주문을 넣는다.
질량 보존 법칙처럼 대화 양의 법칙인지 주문을 받으려 말을 안 내뱉는 대신에 아주 짧은 스몰토크를 한다. 일 마치는 시간쯤 가면 “일 끝났어?”, “오늘 일은 어땠어?” 같은 질문을 하는데 나는 매일 비슷한 짧은 대답을 하고 계산을 한뒤 옆으로 빠진다. 저번주에는 처음으로 대답 후 “너는 어땠어?” 라고 되물어 봤는데 처음 들어보는 답이 나왔다.
보통사람들은 일이 끝날즈음에 오늘 일은 어땠냐 물으면 피곤하다던지, 하루가 길었다던지, 바빴다던지, 매일 똑같지 라던지, 집에 갈 시간이라 기쁘다던지, 아니면 (정말 평범하게) 좋았다던지 하는 대답이 나오는데. 이 바리스타가 말하길 – 원래 퇴근시간엔 어두웠는데 (봄이 와) 날이 길고 밝아져서 익숙하지 않다며, 지금도 3시쯤인줄 알았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5시가 넘은게 신기하다며 대답을 했다.
대충 긍정의 말과 웃음을 지어주고 커피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나는 3시 이후 계속 시계를 보며 퇴근시간을 기다렸는데. 나는 아주 바빠 시간이 빨리 가는 날 조차도 난 시계를 보는데… 그러지 않을수도 있다니. 그는 시간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퇴근시간이 되어서야 집에 갈때가 됬네 하며 기뻐하며 일을 마친다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시계가 없네 하고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날이 긴게 익숙하지 않다니, 밴쿠버에 온지 얼마 안됐나보다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했다.
평소의 스몰토크는 숨쉬듯 생각없이 내뱉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오랜만의 신선한 대답이라 재미있었다. 나도 다음엔 매일 같은 대답 (보통 “너무 길었어” 라 답한다)이 아닌 긍정적인 다른 말을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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