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주말도 좋지만 안 바쁜, 평소와 같은 별일 없는 주말도 좋다.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엔 엄마를 만나는데 특별하게 어디에 함께 갈때도 있지만 오늘처럼 별일 안하는 날이 보통이다. 그래도 평소엔 엄마가 좋아하는 요리를해 늦은 점심이나 이른 저녁을 먹기도 하는데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했다.
점심지나 느지막이 파머스마켓에서 만나 로컬딸기를 한 바가지 사고, 엄마와 나 일주일 먹을 채소와 빵도 샀다. 그러곤 동네 빵집에서 페이스트리와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와 티비를 틀어놓고 11월에 갈 여행 이야기를 했다. 이런날엔 엄마는 항상 세시간을 넘기지 않고 나 이제 갈게 너 쉬어~ 하는데 그럼 전철역까지 같이 걸어간다. 오늘은 걸어가면서 ‘별일없이 산다’를 흥얼거리며 걸었다.
엄마의 지인들은 남들에게 엄마를 소개할때 여긴 아들 딸이 둘다 잘됐잖아~ 하며 소개한다는데 (엄마는 우리 이야기를 남에게 잘 안하기에 도데체 뭘 보고 잘됐다 하는지도, 딱히 잘 된 것의 기준도 뭔진 모르겠으나) 엄마는 그런것보다 너랑 노는게 좋아~ 한다. 그래 엄마 다른건 몰라도 딸이랑 매주 만나서 노는거랑 맛있는거 먹는건 맨날 자랑해! 했다.
엄마는 집에 도착하면 항상 오늘 재밌었어, 좋은 구경 시켜줘서 고마워, 맛있는거 해줘서 고마워 하는 톡을 보내는데 같이 놀고 먹는데 뭐가 고맙나 싶다.
여기까지 쓰고나니 착한 딸 같지만 사실 난 엄청 툴툴대는, 금명이보다 더한 딸인데, 예전과 다르게 내 말에 엄마가 기가 죽을때면 아차 한다. 가끔 엄마가 나 너무 바보같지, 귀찮게해서 미안해~ 할때면 심장이 쿵 한다. 엄마 나는 회사에서 더 많이 정말로 바보같은 질문들 한시간에 하나꼴로 받고 더 귀찮은일 매일매일 하루에 여덟시간씩 해 하면 그제서야 웃는다.
지난주에 만난 친구들과 나이들어가는 부모님에 대하여 이야기 했는데 특히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들은 일년에 두번정도 보면 2*30년, 겨우 60번 보면 안녕 하는거라 했다. 60번.
좋아하지도 않는 코워커도 하루종일 매일매일 보는데.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60번 본다니. 참 슬픈 일이다. 나도 그럴때가 있었는데 이제 가까이 살아 참 다행이다 싶다가도 지금도 시간으로 따지면 너무 짧음에 놀란다.
3-5시간*52주*30년 = 4680-7800시간. 짧다. 매주 엄마가 좋아하는 곳에 가고 좋아하는 요리를 해줘도 모자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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