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whitishnoise

  • 동료와의 대화 모음

    이번주 있었던 (나에게) 재미있었던, 즐거웠던 짧막한 대화 모음.

    1. 얼마전에 철인3종경기를 나갔다 온 동료와 한 대화. 그녀가 지지난주 주말에 경기를 했고, 그 다음주말엔 친구들과 스키트립을 다녀왔는데 배탈이 났다했고 그래서인지 주중 내내 골골댔다. 그녀와 커피를 사러가면서 그녀에게 “그래 이번주말엔 좀 쉬어, 쉴때 됐지” 하며 “나는 엄마/나의 생일주간이라고 에너지 많이써서 월요일 휴가내고 쉬었잖아” 하며 둘이 엄청 웃었다. 그리고 함께 걸으며 왠일로 잘 맞는 속도에, “그래! 네가 컨디션이 안좋아야 내가 함께 걸을때 편한데!” 하며 “그래도 빨리 나아~” 해줬다.
    2. 위와 같은 동료와 한 다른 대화… 나는 매일 점심으로 같은걸 먹는데 (매주 약간 다르긴 해서 XXX wrap). 너무 맛있어서 한입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야 나 오늘 점심 진짜 맛있어” 했더니 자기는 자기가 한 음식을 먹으면서 “와… 진짜 맛있어!!” 라는 생각을 살면서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했다. 아니… 그건 너무 슬프잖아… 다음에 그린커리페이스트 또 만들면 또 줘야겠다 했다.
    3. 나의 상사이자 제일 친한 회사친구가 봄방학이라 가족들과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인천에서 경유를 하면서 내가 사다주던 과자를 잔뜩 산 사진을 보내준게 귀여웠다. 플라스틱 둥그런 용기에 담긴 바나나 우유를 딸들에게 사주라고 했는데 (every korean kids’ childhood라고 설명해줬다) 게이트 앞에서 바나나 우유를 마시는 사진을 보내줬다.
    4. 같은 동료가 복귀해서 2주간의 보고를 마치고 그래도 생각보다 조용했다고, 봄방학이라 그런지 모든게 느려서 내 업무가 쉬웠다고 해줬더니. “평소와 같네 너는 신칸센, 그들은 VIA Rail” (캐나다 기차… 아주 느리다.) 이라 했다. KTX라고 해줄래? 하려다가 말았다. 겨우 2주 없었을 뿐인데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고 하루하루 너무 지겨웠는데 뭐 할때마다 짧게 짧게 유쾌한 수다를 떠니 금요일 하루가 즐거웠다.
    5. 1-2번의 동료가 금요일에 “나 이제 다 나았어, 다음주면 내 속도로 걸을수 있어” 라고 메세지를 보냈다. 월요일에 만나면 뱁새와 황새 이야기를 해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 멀리 사는 친구들

    밴쿠버 살이의 가장 큰 단점은 많은 사람들이 transient 하다는 것이다. (이건 사람들 탓이 아니라 고질적인 밴쿠버의 문제 – 형편없는 job market과 salary에 비해 집값이 터무니 없이 높다.)

    아주 안타깝게도 떠나간 사람들에는 나의 친구들도 포함 되어있는데, 비행기를 타야 만날수 있어 일년에 두세번 보면 아주 많이 본다 할수 있다. 보통은 내가 그들의 도시에 가거나, 그들이 나의 도시에 오거나, 제 3의 도시로 휴가를 떠난다.

    매일 그리워하며 연락하진 않지만, 가끔 맛있는걸 먹을때, 좋은 곳에 갈때, 재미있는 일이 있을때, 네가 여기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연락한다. 같은 도시에 살때 더 많이 봐둘것을 하고. 회사 끝나고 퇴근길에 매일 만날것을 하고 아쉬워도 한다.

    그래도, 그 와중에도, 좋은점은 있다. 만남이 잦지 않으니 기회가 있으면 지겹도록 보고. 휴가를 같이가고. 제일 좋은것들을 엄선하여 서로에게 나눠준다.

    저번주인가 저저번주엔 1,000 km 떨어져 사는 친구에게서 (제일 가까운 편) 코스코에서 파는 패션후르츠가 맛있다는 문자를 받고 나도 가서 한박스 사왔다. 얼마나 맛있던지. 한입 한입 먹을때마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이런 소소한 기쁨을 나눌수 있어서 좋다 했다.

  • 반복되는 날들

    원하는게 있어 괴로웠던 날들이 지나 매일이 비슷하고 반복되고 여유로운, 어쩌면 조금은 무료한 날들이 시작됐다.

    아주 원하는게 없어서 그냥 그저 그런 ‘태어나서 산다!’ 하던 날들보단 열정이나 욕심이 과해 괴로운 날들이 나았고, 역시 그런 날들보단 안정적이고 무료하게 반복되는 지금의 날들이 좋다.

    주중에는 회사에 가고, 저녁을 해먹고, 자전거를 탄다. 금요일엔 보통 재택근무를 하는데 다른점이 있다면 아침을 먹는정도. 출퇴근을 안하는 대신에 긴 산책을 나간다.

    아무 일도 없는 오늘같은 토요일엔 느즈막이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아침을 챙겨먹고 식탁에 앉아 핸드폰을 하거나 티비를 본다. 날씨가 좋거나 빗방울이 잦아들면 장을보러 가거나 동네 커피샵에 간다.

    주말 이틀중 일요일아침에는 일주일동안 먹을 빵을 굽고 (처음엔 특별한 일이었으나 이제는 밥을 해서 냉동 해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요일 밤엔 월-목요일 먹을 점심을 만든다.

    완벽하게 반복되는 날들. 결핍이나 욕심이 사라진 날들은 고요하다.

    물론 원하지 않는 잡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조용하다.

    이렇게 여유가 있을때는 모든것에 너그러워진다.

    마지막 줄을 쓰고나니 저번주에 영화를 보고 집에 걸어오는데 등뒤에서 오토바이같은 자전거가 뭐라하며 튀어 나오길래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get the fuck off the fucking sidewalk!!” 라고 아주 큰 소리를 낸 일이 생각난다.

    그래. 모든것에 너그럽지만 운전 ㅈ같이 하는건 예외다. 너희들은 안돼. 니들 다 걸어 다녀… (나처럼)

  • 무생물의 감정

    이 글의 제목을 “무생물의 감정” 이라 쓰고보니 어렸을때 배운 oxymoron의 뜻이 생각난다. 무생물에게 어떻게 감정이 있을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나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공학(응용과학) 을 공부해서 일까 과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할 이야긴 엄마가 항상 말하는 “무생물에도 감정이 있다” 라는 이야기. (내가 쓰면서도 헛웃음이 나오지만 ㅎㅎ.)

    뭐가되었든 물건을 쓰다보면 그 물건의 수명이 다 할때가 있다. 그게 실제로 수명이 다 해 기능을 잃는걸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에 대체되어 용도가 쓸모 없어질수도 있고, 유행이 지나 쓰임을 잃는것일수도 있다.

    어렸을때에는 무언가를 빨리 사고 빨리 쓰고 빨리 치워버리는 일이 많았는데, 언젠가부턴 모든 물건들을 오래 쓰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실제로 수명을 다 할때까지 쓰고서야 새 물건을 들인다.

    근데 이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나의 작은 노트북 (실제로는 크롬북)에 대해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단 워드프레스가 너무 느렸고. 키보드에 안드는 키가 많아 (마침표, 쉼표, 슬래쉬, 물음표, 우측 화살표 키) 글 쓰기가 힘들었다. 그 탓에 요즘엔 노트북 얼마나 하려나 찾아보다가 관두기를 여러번 했다.

    마지막으로 노트북을 산건 2013년인데 2018/19년쯤부터 os 지원이 끊기고 2020년에는 크롬까지 업데이트가 끊겨 그때부턴 오빠가 준 작은 크롬북 노트북을 주로 썼다. 그때부터 새 노트북을 사고 싶을때마다 그 돈으로 애플 주식을 샀는데 이번에도 역시 주식을 사고 마음을 접었다.

    근데… 지난주 주말 평소와 같이 자전거를 타려고 노트북을 거치대에 올리고 신발을 신으려 뒤도는 순간 노트북이 추락했다. 내 어깨 높이에서 콘트리트 바닥으로. 진짜 심장이 떨어질만큼 큰 소리가 났는데 다행히도 힌지만 나가고 괜찮아 보였다. “내가 미안해..” 하며 그 날 자전거를 잘 탔지만, 그 다음날..! 힌지가 완전히 부러졌다.

    이런일이 있을때마다 엄마가 항상 하는 말이 생각난다. 무생물도 감정이 있으니까 항상 감사하고 좋은 마음을 해야한다는 말. 탓하지 말고 버릴꺼라 하지 말라는 말. 걔들이 얼마나 슬프겠어 하던 엄마의 말.

    엄마의 차가 그랬고 이미 기억속으로 사라진 많은 물건들이 그랬고 (잊어서 미안…), 년초에 고장나버린 에어프라이어가 그랬고, 이번엔 내 노트북이 그랬다. 진짜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자꾸 반복되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물론 물건에 자아나 감정이 있다고는 생각 안하지만 좋았을때의 기억을 잊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맞는 말 같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새 노트북으로 글을 편안히 쓰면서도 마음이 마냥 좋지는 않다.

    미안하고 고마웠어 나를 떠난 모든 것들아!

    (여기까지 쓰고보니 드는 다른 생각은 엄마도 공학을 전공했다는것과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토이스토리라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 생경하다

    여기에 글을 쓰러 올때마다 왠지 한국어 실력을 시험당하는것 같다. 워드프레스에 가입할때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했는데 여기저기 클릭을 하다보면 모르는 단어들이 있다.

    예를들면 지금 글을 쓰는 이 윈도우의 우측 바엔 “속성” 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내가 아는 “속성” 은 “성질”의 동의어 인줄만 알았는데 클릭해보니 “content” 라는 단어가 뜬다. 도데체 어디에 쓰는 버튼인지 알수가 없다. 텍스트 설정에 보면 “각주” 라던지 “위/아래첨자” 라는 단어들도 처음 들어본다. 이것들은 다행히도 아이콘이 있어 유추할수 있다.

    나름 한국어도 영어도 괜찮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마냥 쉽진 않다. 위 짧은 글을 쓰는데도 구글에 “속성 뜻”, “속성 성질 차이”, “다행이 다행히” 를 검색해가며 썼다. 그럼에도 한국어로 글을쓰고 싶다.

    생경하다 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입 밖으로 소리내에 꺼내본 적이 없는 단어. 일상 대화를 할때 쓸 일이 없었나보다.

    이 블로그가, 한국어로 쓰는 글들이 생경하다. 그 생경함이 조금은 섭섭하다.

    — 여기까지 쓰고는 글을 임시저장 했었다. 그 후로 열흘정도 지나 다시 읽어보니 이 날은 조금 울적했나 싶다. 섭섭할 일이 뭐가 있다고!

    이 글을 첫 작성한 날과 오늘의 차이는 새 노트북이 생겼다는 일이다. 타자 치기도 너무 쉽고 고장난 키가 없어 좋고 새 탭에서 모르는 단어들을 검색하기도 쉽다. 다음 글을 써야겠다.

  • 작은 기쁨

    요즘 나의 작은 기쁨은 카푸치노 마시기다. 내겐 카푸치노는 사실 우유맛으로 마시는 커피인데 회사 앞 커피샵의 카푸치노는 고소하고 예쁘다. 바쁜 시간대에도 아주 정성스럽게 만들어준다. 점심을 모니터 앞에서 5분만에 해치우고 달려나와 음악을 들으며 카푸치노를 마신다. 10-15분만에 커피를 해치우고 사무실로 돌아간다. 카푸치노 한잔에 오전에 쌓인 피로함이 없어지고 오후를 버틸 힘이 생긴다.

    오늘 할 이야긴 커피 이야기. 커피를 좋아하게 된건 대학교 4학년 즈음인데, 그때는 커피 맛을 좋아했다기 보단 커피샵에 가는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대학 졸업하자마자는 작은 캡슐 커피머신을 샀는데 외계인같이 생긴게 귀여웠다. 오빠에겐 졸업선물로 핸드 그라인더, 저울, 케맥스를 뜯어냈다. 첫 회사에 다닐때는 점심시간에 친구가 운전하는 car2go를 타고 커피 팝업에 갔다. 그때 마신 카푸치노 (나중에 알고보니 바리스타 챔피언이 내려주던) 맛을 십년도 더 지난 지금 잊지 못한다. 정말 행복했는데!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더니 3-4불 남짓하던 카푸치노를 주말에 간 다른 커피샵에선 팁까지 7불주고 마셨다. 조금 놀랐지만 10년도 넘게 지났는데 안 오른게 어딨나 싶기도 하고 이제 그정도 가격의 기쁨은 살만하다 했다.

    하여튼. 그렇다고 커피 connoisseur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매일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마시지만, 주말엔 안마시기도 하고 모든 테이스팅 노트를 세세하게 느껴가며 마시지도 않는다. (못 느낌.) 그냥 보통의 로스터리에서 볶은 보통의 커피를 마시고 재떨이 맛이나는 커피를 싫어하는 정도. 어쩌다 산 특이한 맛의 커피가 입맛에 적중했을땐 쾌감을 느끼지만 그 다음에는 다시 보통의 커피로 돌아온다. 

    그래도 얼마전엔 평소 사는 원두보다 훨씬 비싼 원두를 생일 기념이라며 정기구독 신청했다. 또 한번 아 내가 이정도는 기쁨은 살수 있지! 라며. 신난다.

  • whitishnoise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 밴쿠버의 겨울은 항상 흐리고 비가 오는데 오늘처럼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겨울나기를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난 싫지 않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사실은 좋다. 여름이였다면 기분좋게 맞을수도 있을만큼 좋다. (물론 겨울에 오는 비는 추워서 기분좋게 맞을수 없지만.)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시 빗소리때문이다.

    White noise – 백색소음을 좋아한다. 백색소음의 뜻을 찾아보면 “random signal having equal intensity at different frequencies, giving it a constant power spectral density” 라는데 사실 빗소리가 백색소음 정의에 부합하는지는 모르겠다.

    인스타그램부터 이 블로그까지 나를 따라온 whitishnoise 라는 핸들은 대학원에 다닐때 만든건데 그때 특히 더 백색소음을 좋아했다. 대학원 입학 후 운이좋게도 높은층의 오피스를 배정받고 더 운이 좋게 창가자리를 얻었다. 처음 두 학기에는 3인실인 오피스를 거의 혼자쓰듯 해서 창문을 내 마음대로 열고 닫았다. 셋째 학기에는 토론토에서 온 친구가 연구실겸 오피스메이트가 되었다.

    그 친구는 나의 (그리고 자리만 차지하고 학교에 오지 않는 선배의) 창가 자리를 늘 부러워 했는데 그 이유엔 물론 멋진 뷰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창문을 마음대로 열고 닫는 창가의 특권을 부러워 했던것 같다. 그는 내가 창문을 여는 행위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여름날 창문을 열면 들리는 mechanical equipment의 소음을 싫어했다. 아주 희미하게 일정하게 들리는 소리라 나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그 소음을 정말 싫어했다. 그때 그가 일깨워줬다. “아 나는 백색소음을 좋아하는구나”

    일정하고 높지않은 핏치의 반복되는 소리가 좋다. 비행기를 탔을때 웅웅 하는 소리도 좋고,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도 좋고, 냉장고 컴프레서 소리도 좋고, 파도소리도 좋고, 빗소리도 좋다. 비가와서 젖은 아스팔트에 타이어가 마찰되어 나는소리도 좋다. 이 백색소음같은 소음들이 좋다. 시끄러운 세상 아무것도 안하고 소리에 집중할수 있는 그 시간을, 그 여유를 좋아하는걸수도 있겠다.

    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같은공간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자의 모니터를 응시하며 신세한탄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고 정말 쓸때 없는걸로 토론 (말다툼) 하던 그 시절과 그 친구가 그립다. 가끔 대학원에 간걸 후회 하냐는 질문을 받는데 아닌것 같다. 소중하다.

  •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무엇이든지 처음 시작할때가 가장 재미있다. 막상 블로그를 만드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지 모르겠다.

    근황이라던지. 오늘 있었던 일 이라던지. 인생에서 겪었던 큰 일 이라던지. 뭐가되었든 글을 쓰고싶긴한데 머리속에 떠오르는 주제들이 너무 여럿이라 결정하기 쉽지 않다. 마치 마트에서 식재료를 많이 사와서 냉장고를 꽉꽉 채웠을때, 그래서 뭐를 먼저 해먹어야 할지 고민할때 처럼.

    냉장고 이야기가 나온김에 요리 이야기를 해야겠다. 원래도 요리를 못하거나 안좋아하진 않았지만 작년 봄을 기점으로 요리를 더 많이하게 되었다.

    작년 2-3월쯤엔 조금 우울했다. 사실 더 깊은 슬픔을 겪어봤기에 왜 우울하지 하고 물으면 딱히 그렇다할 이유를 찾을수가 없어 더 혼란스러운 날들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아 씨발 이렇게 가다간 또 헤어나올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질꺼야!!” 라는 마음속의 외침과 함께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주 작은 규칙들을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식사는 꼭 식탁에서 하기.” 보통의 사람들에겐 당연한것인데 규칙이라니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내겐 아주 효과가 좋았다. 내 우울의 척도는 끼니를 대충, 그리고 몸에 안 좋은것들로 채우는 행위로 알수 있었는데 그 모든건 식탁이 아닌곳에서 이루어졌다. (매 끼를 소파에 앉아서 먹었던것 같다.)

    식탁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퇴근길에 마트에서 재료를 사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요리를 해서 예쁘게 담은뒤 식탁에 앉아 먹었다. 식사를 마친뒤엔 식탁과 주방을 정리하고 그 다음에서야 소파에 앉았다. 버릴 시간이 없어지니 딴 생각이 줄어들었다. 퇴근 후에도 하도 복작복작대니 피곤해져서 제때 자기까지 했다.

    일년쯤 지난 지금 여전히 계속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 재료를 사와 요리해 맛있게 먹는 별거 아닌 행위에서 안정을 찾았다. 물론 비슷한 음식을 며칠 내내 먹기도 하고 인스턴트나 간단한 음식으로 대충 때우는 날도 있다. 가끔은 예전처럼 소파에서 먹는 날도 당연히 있다. 그래도 예전의 날들이 정말 오래된 이야기 같아 기분이 좋다.

    이렇게 평범하게 별 일 없이 잘먹고 잘산다. 이런 날도 온다.

  • 사실 나는 할 말이 많은가봐

    얼마 전부터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할말이 많은가 보다.

    아무도 안 읽는 (그리고 읽어서도 안되는) 일기장에 쓰는 글이 아니고. 어딘가 뭔가를 기록하고 싶을때. 누군가는 읽었으면 좋겠다 싶을때 쓰려고 만든 블로그.

    비가 추적추적 오는 2025년 2월 20일 – 퇴근 후 소파에 반쯤 누워 5분만에 가입부터 결제까지. 세금까지 $67.20. 내가 산 노트중 가장 비싼 노트. 조금 사치다.

    (이 오래된 노트북은 키보드 키 몇개가 고장나 쉼표나 마침표를 쓸수 없다. 마침표를 상단 url 에서 복사해 붙여넣기 하며 쓰는 쓰는 첫 글.)